일상 reviewung

R8.2020나훈아 콘서트에 대하여

0ung 2020. 10. 2.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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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아시아 뉴스통신

평균 시청률 29%, 순간 최고 시청률 41%, 순간 최고 점유율 71%

 

종편이 나온이후로 내가 본 최고의 시청률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2020 나훈아 콘서트를 직접 본 입장에서 그 숫자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정말 화려한 무대와 구성. 재치있는 입담과 51년생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의 에너지.

 

여운이 남을 정도의 콘텐츠였고, 그 이후로 이것저것 찾게 되면서,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나훈아의 위상을 알게 되었다. 

(과거 콘서트 이미지를 보면서 '이번엔 얌전한 나훈아 콘서트'라는 이야기에 한번 더 놀랐다. 진짜 얌전했던 거였다.)

 

사실 "나훈아 디너쇼에 대한 어르신들의 인기가 엄청 좋다"라는 느낌만으로 알고 있었던 인기였기 때문에, 그렇게 크게 다가오지 못하였다. 

 

부모님이 그런 콘서트를 다니시는 것도 아니셔서 오히려 나에겐 크게 실감이 나지 않았던 것 같았다. 

 

하지만, 방송하기 전부터, 재방송도 다시 보기도 없다는 얘기에 예약하고 만만의 준비를 마치시고 대기하시는 부모님을 보고, 우리 부모님도 나훈아를 안 좋아하신 게 아니었구나 하는 슬픈 감정이 들었다. 

 

그렇게 약간 무거운 마음으로 같이 나훈아 콘서트를 보면서 느낀 점은 다음과 같다.

 

 

1. 아쉬워하는 나훈아

 콘서트를 보면서 계속 느낀 점은 계속 아쉬워하시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중간에 "저는 오늘 같은 공연을 태어나서 처음 해본다. 답답한 것이 공연하면서 눈도 좀 쳐다보고, 오랜만이 다며 손도 잡아야 한다."라며, 언택트 공연에 대한 아쉬움이 느껴진 부분도 있었지만, 가장 강하게 느껴진 것은 언택트 공연의 한계로 인해 자신의 흥(?)을 다 표출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느껴진 것 같다. 

 

 

 

2. 말로 등을 긁는 남자

 트로트를 그렇게 즐겨 듣지 않는 입장에서 중간중간 가장 감탄했던 것은 순간순간 표정을 정말 잘 짓고 말을 정말 잘한다는 것이었다. 

 

코로나를 펑펑 터트리는 시각적 뽕도 주면서, 의료진의 고생을 드높여주고, 매번 어려운 시기를 이겨낸 국민의 고생을 알아주는 말을 하면서, 말로 가려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말을 메끄럽게 하는 모습에 감탄하였다.

 

요즘 사이다 발언이라는 말이 인기가 있는데, 약간의 무례함이 포장되어 있는 사이다보다, 나훈아의 멘트는 정중하고 위트 있으면서도 정말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한 단계 위의 말이라고 생각한다.

 

콘서트 이후 짧은 시간에 나훈아의 발언이 여러 정치인들의 입장 발표에 인용되고 있는데....

 

할많하않...

 

3. 테스 형

나훈아 2020 신보 아홉 이야기 중 세 번째 '테스 형!'

 

콘서트를 볼 때는 그냥 웃었다. 

 

정말 재밌는 부분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실제로 많은 커뮤니티에서 패러디가 재생산되고 있는 것만 봐도 하나의 유머 코드로서도 성공한 것이다. 

최근 다시 붐을 일으키는 둘리짤에 소환된 테스형

물론 나훈아 정도 되시는 분이 소크라테스를 웃자고만 사용했다고 생각은 하지 않았다. 

 

콘서트에서도 바로 언급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끌려가는 세월에 그냥 끌려가기만 하면 안 된다는 말을 위트 있게 풀어낸다.

 

"저는 곡도 쓰고, 가삿말도 씁니다만

주름이 생기게 하는 가장 큰 범인이

스트레스라고 합니다.

 

우리는 지금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고 있기 때문에

아까 부른 신곡 중에 테스 형한테 내가 물어봤거든요

 

테스 형! 세상이 왜 이래? 아니 세월은 또 왜 저래? 물어봤더니

 

테스 형도 모른다고 하네요

 

테스 형이 아무 말이 없습니다.

 

세월은 너나 나나 할 거 없이 어떻게 할 수 없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제가 잘 모르긴 해도 이렇게 살다 보니까

세월은 그냥 누가 뭐라고 하거나 말거나 가게 되어있으니까

이왕에 세월이 가는 거 우리가 끌려가면 안 됩니다.

 

우리가 세월의 모가지를 딱 비틀어서 끌고 가야 하는데

이렇게 끌고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여러분! 날마다 똑같은 일을 하면 세월한테 끌려가는 거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보고 안 가본데도 한번 가보고

나는 죄는 안 짓지만 파출소에도 한번 캔커피 사들고 "수고하십니다"하고 들어가서

파출소 구경하러 한번 왔다고 하고

 

안 하던 일을 하셔야 세월이 늦게 갑니다.

 

지금부터 저는 세월의 모가지를 비틀어서 끌고 갈 겁니다.

여러분도 저와 같은 마음이 되어주셔야 합니다."

 

하면서 무대에서 바로 탈의를 하시면서 다음 곡을 부르는 명 퍼포먼스를 보여주신다. 

 

이 것만 보더라도 이 콘서트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본 장면이었다. 

 

말부터 장면 전환까지, 라이브(물론 방송은 녹화방송이지만 구성상으로) 방송에서 볼 수 있는 최고의 전환 방식이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그의 인생철학을 엿볼 수 있는 부분도 있어 매우 인상 깊게 보았다.

 

 

 

이후 여운을 느끼면서 웹서핑을 하다가 당분간, 아니 몇 년, 평생 이 장면을 잊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아!"라는 말이 나왔다.

 

테스 형! 세상이 왜 이래? 아니 세월은 또 왜 저래? 물어봤더니

 

테스 형도 모른다고 하네요

 

테스 형이 아무 말이 없습니다.

 

내가 웃으면서 봤던 그 구절에 대한 진심이 더욱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버지! 세상이 왜 이래? 아니 세월은 또 왜 저래? 물어봤더니

 

아버지도 모른다고 하네요

 

아버지는 아무 말이 없습니다.

 

사실 이렇게 말을 바꿔도 되는지는 모르겠다. 실제로 나훈아 씨가 한 말이 아니니까.

 

하지만 적어도 나한테 아버지라는 말을 넣으니까.

 

조금은 느낌이 달라졌고

 

조금은 더욱 다가오는 것이 있었다. 

 

테스 형의 가사도 이 부분을

 

울 아버지 산소에 제비꽃이 피었다
들국화도 수줍어 샛노랗게 웃는다
그저 피는 꽃들이 예쁘기는 하여도
자주 오지 못하는 날 꾸짖는 것만 같다
아! 테스형 아프다 세상이 눈물 많은 나에게
아! 테스형 소크라테스 형 세월은 또 왜 저래
먼저 가본 저세상 어떤 가요 테스 형
가보니까 천국은 있던 가요 테스 형

 

이렇게 바꾸면, 다른 느낌을 준다. 

 

울 아버지 산소에 제비꽃이 피었다
들국화도 수줍어 샛노랗게 웃는다
그저 피는 꽃들이 예쁘기는 하여도
자주 오지 못하는 날 꾸짖는 것만 같다
아! 아버지 아프다 세상이 눈물 많은 나에게
아! 아버지 아버지 세월은 또 왜 저래
먼저 가본 저세상 어떤 가요 아버지
가보니까 천국은 있던 가요 아버지

 

정말 나훈아, 그리고 트로트로서의 해학과 삶의 통찰이 보이는 가사이다. 

 

 

 

 

 

나훈아. 어르신들의 아이돌이자, 기자회견의 상남자 모습밖에 알지 못하였다. 

 

이번 기획을 보면서, 나훈아의 진가를 알게 되어 매우 만족스러운 시청이었다. 

 

"나훈아 2020 콘서트"라는 콘텐츠에 대한 리뷰는 다음과 같다.

*가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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