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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212.'오펜하이머 (2023)'에 대하여

0ung 2023. 8. 16.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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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번째 영화 리뷰는 바로 여러모로 'Hot'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2023)'(이하 오펜하이머)이다.

 

 앞서서 리뷰한 두 영화와 다르게 이번에 리뷰하는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하면, 바로 역사적 사실이 배경이 되는 전기 영화라는 것이다. 

 

 리뷰에 앞서, 이런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는 만든 사람도 보는 사람도 반드시 유의할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보는 사람은 다음을 유의해야 한다. 

 

 1.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였다고 영화가 '완벽한 진실'이 되지는 않는다. 영화적 허용이나 각색이 있을 수 있음을 항상 명시하고, '영화의 시선'에 따라 유리한 '서술'이 되어 있을 수 있음을 명시하자. 

 

 2. 영화를 본 후에는 가급적 해당 역사에 대한 다양한 시각에 대한 자료를 찾아서 읽어보자. 작게는 영화의 고증 척도에서부터, (흥미를 가졌다면) 크게는 역사에 관련한 짧은 다큐라도 찾아보자. 최대한 다양한 시각을 볼 수 있게.(특히 정치적 이슈가 있는 논쟁거리라면 더욱)

 

 3. 1과 2를 유념하되, 영화로서의 완성도도 음미하며 즐길 수 있도록 하자. 

 

 

 

 다음으로 제작자분들은 다음을 유의하면 좋겠다.

 

1. 위와 같이 허구임을 구분할 수 있는 관람객이 보더라도, 영상 미디어는 가장 강력한 전달 매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어쩔 수 없이 그들은 역사를 생각함에 영화를 대입할 것이다. (사실 '준비된 관객'보다 '준비되지 않은 관객'이 더 많아는 사실을 꼭 유념하고 철저히 검토하자. 아 물론 당신이 선동할 목적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면.)

 

 2. 영화적 허용이나, 가설을 다룸에 있어서는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그러기 싫다면 관객의 사실적 몰입이 깨질만한 장치를 두어 아예 대체 역사물이나 판타지로 가는 것이 좋다.

  good ex) 킹왕짱 자동 소총을 지닌 남북한 구닌이 이순신 장군님을 도와 오랑캐를 쓸어버렸던 거시에용!

  bad ex) 사실 세종대왕님과 집현전은 걸림돌이고, 한 스님에 의해서 훈민정음의 근간이 만들어졌소이다!(엄근진!)  

 

 3.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큐멘터리가 아닌 이상 2번의 장치를 이용해서, 완성도 있는 '영화'를 만들어서, 오히려 관객이 해당 사실(역사)에 대한 부가적인 관심을 이끌 수 있는 정도가 돼야 한다.

 

 

 먼저 말하자면, 이런 관점에서 8월 15일 광복절을 맞이해 관람한 '오펜하이머'는 가장 완벽하게 전기영화가 지향해야 하는 바를 충족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
세상을 구하기 위해 세상을 파괴할지도 모르는 선택을 해야 하는 천재 과학자의 핵개발 프로젝트.
출처 : 유니버셜 픽쳐스 공식계정

광복절 조조 영화로 빠르게 보고 왔다. 

 지금까지 모든 콘텐츠 리뷰와 마찬가지로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를 최대한 배제한 채, 콘텐츠로서의 개인적인 느낌, 그 자체로만 평가를 하고자 한다. 

 

 다만 어쩔 수 없이 방식에 대한 얘기에 앞서 스포일러가 조금 있을 수 있는 점 양해부탁드린다. 

 

 

 이 아래 약한 스포일러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1. 미쳐버린 속도감과 몰입감! 아, 쉬는 시간 드립니다.(네?)

 전개의 기본 방정식인 '기승전결'의 배분방식이 아니다.

 

 유니버설 로고가 나오면, 이미 여러분들은 '기'를 보았다. 

 

 바로 '스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응'의 미쳐버린 놀란식 전개방식에 탑승하게 될 것이다. 

 

 물론 불안정한 청년기 시절의 오펜하이머의 유럽 유학시절이 '기'를 담당하는 부분이겠지만, 엄청난 속도감의 전개는 빠르게 영화에 몰입하게 해 주면서, 영화 자체의 텐션을 높여 승(이을 )이 아닌 승(오를 昇)을 보여준다. 

 

 아니 영화에 몰입을 하는 과정이 있다기보다는, 놀란이 강제로 우리를 영화 안에 앉혀 놓는 느낌이다. 

 

 "자! 이게 오펜하이머야! 이런 고민을 하고 있네? 어때? 어때? 이래도 몰입을 안 해? 딱 기다려. 내가 준비한 게 이게 다가 아니야!!"라고 소리치는 것 같다. 

 

  다만,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러닝 타임 약 2시간째에 매우 중요한 시점이 생긴다.

 

  바로 영화 오펜하이머와 사람 오펜하이머에 있어 가장 중요한 순간인 맨해튼 프로젝트의 '트리니티 실험'이다. 

영상은 실제 트리니티 실험에 대한 영상 자료

 이 시점에서 영화는 한 번 쉬어가는 타임을 가지다 못해, 1부가 끝난 영화의 느낌을 준다. 

 

 보는 입장에서도 (물론 역사를 알면서도) '개 쩐다'라는 비속어를 생각할 만큼, 완벽한 묘사를 보여주는 씬이 나온다. 

(일각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폭발 장면에 대한 대체 편집의 문제가 아니다. 그 장면에 대한 모든 묘사의 배치가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상세한 내용은 후술

 

 하지만, 이게 오히려 독이 되어 '지금 인터미션을 가져도 되지 않나?'라는 수준의 탈력감을 준다.

 

 또,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다 보니) 그 이후의 사건들이 조금 긴 에필로그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3시간짜리 영화지만, 영화를 크게 2시간과 1시간으로 나누어 생각해도 좋을 정도이다. 

 

 물론 뒤의 1시간에서 또 다른 사건이 메인 스토리로 떠오르면서, 다시 몰입감을 주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끝까지 즐겁게 볼 수 있었으나, 익숙하지 않은 관람객도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장치 자체가 '핵 개발' 전후의 '오펜하이머'의 심리 상태를 극단적으로 나눠주는 영화적 장치이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한다.

 

 

 

 

 

2. 눈과 귀와 뇌가 즐거운 전기영화! ( [놀란자 특] 아주 그냥 고집이 엄청나! 대단해!)

  이 부분은 그저 '놀란이 놀란 했다.'라고 할 수 있다. 놀란 감독의 심미안은 이미 전작들에서 많이 증명이 되었다. 

 

 이번 영화는 화려한 액션이 없는 전기 영화인 특성상 사운드 부분이 더욱 빛을 발하는데, 3시간 동안 정말 쉬지 않고 몰아치는 사운드는 단순히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스토리적으로도 앞과 뒤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놀란 영화답게 보면서, 정신줄을 꽉 붙잡고 영화를 봐야 한다. 이번에는 세 개의 타임라인을 동시에 번갈아 보여주는데, 각 타임 라인이 자연스럽게 연계가 되기 때문에, 서술의 관계를 잘 파악해야 한다. 

 

 영화 상에서는 이를 흑백(아이맥스 흑백이라니! 역시나 아이맥스에 도른 자!) / 빛바랜 컬러 / 풀 컬러로 구분 짓는 영화적 장치가 있기는 하지만 장면이 넘어가는 서술적인 부분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겹치기 때문에 시간대를 잘 파악해야 한다. 

 

 전형적인 놀란식 연출 및 전개 방식이 이번에도 돋보이는데, 미국 현지에서는 이런 부분에 대해서 비판의 시각도 있는 듯하다.(강한 사운드로 인한 사운드 믹싱 문제 등, 사실 국내 관객은 대부분 자막을 보니까 크게 느끼지 못할 수 있다.) 

 

 이런 놀란의 고집스러운 방식이 눈과 귀와 뇌를 즐겁게도 하지만, 또 다른 진입장벽을 만드는 것 같아서 약간은 안타까울 따름이다. 영화를 보면서 지친다는 느낌을 실시간으로 느낄 수 있는 방식이다.

 

 물론 정확히 내 취향의 방식이라 나는 즐겁게 볼 따름이다.

 

 1번에서 후술 하고자 한 내용이 이 부분이다. 트리니티 폭파 실험에서의 연출은 NF의 The search(1분 48초 전후의 forgettable 연출 방식)가 생각나게 하는, 고전적이지만 확실한 방법이다. 

 

 2시간 내내 단 한순간도 사운드를 비우지 않다가 찾아온 정적은 하나의 영화적 지표이자 이제 '죽음'이 되었다는 오펜하이머의 말 그 자체를 표현하다. 

 

 

 

 

 

3. 꼭 극장에서 보아야 할 영화! (불친절해라...)

 이런 모든 장점들은 최대의 단점을 주는데, 바로 집에서 볼 영화는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영상의 웅장함을 살린 작품은 집에서 봐도 어느 정도 그 감동을 느낄 수 있는데, 이번 '오펜하이머'는 사운드를 통한 '집중'에 극대화되어 있는 작품이 돼버렸다고 생각한다. 

 

 위의 사운드 믹싱 문제와 이어지는 내용인데, 영화에서 들어야만 그 웅장함과 긴박감이 제대로 전해지는 구성이다. 

 

 집에서 tv로, 노트북으로, 핸드폰으로 보면 그저 시끄러운 소음이 3시간 동안 거슬리게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내용 자체로도 흥미롭고 재밌는 영화이긴 하지만, 음향적인 장점을 제하고 보기에는 너무 아쉽기 때문에 꼭 영화관에서 보기를 추천하는 영화이다.  

 

 

 

 

* 기타  아쉬운 점

 '굳이 (완전한) 사실이 아닌 영화적 장치로 저 장면을 넣어야 했나'라는 장면들이 몇 있다. 

 

 일부 관람객에게는 종교적인 불쾌감(산스크리트어에 대한 부분)을 줄 수 도 있는 부분이 있기도 하며, '아침 짹짹'에 익숙한 문화권(?) 관람객에게는 불필요해 보이는 정사(sex) 신이 갑작스럽게 나오기도 한다.(나도 모친이랑 봤지만, 가족단위 관객도 많아 보였는데, 과연 다들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의문이다.) 

 

 아 물론, 3개의 시간선 중 후반부의 청문회 나체 망상과 정사(sex) 신은 소위 '발가벗겨진 기분'과 '엿 같음'을 잘 표현한 장치라고 생각되기는 한다. 이런 표현에 있어서는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 기타 좋은 점

 너무 당연한 얘기일 수도 있는 데, 배우들 연기력이 미쳤다. 주조연 할 거 없다. 

 

 킬리언 머피는 오펜하이머에 이입하게 되는 최고의 표정 연기를 보여주고, 

 로다주의 스트라우스(스트로스)는 한 대 때려주고 싶으며(최고의 칭찬!),

 맷 데이먼는 그로브스 중장 그 자체가 되었다.

 

 그 외에도 배우들의 연기력이 영화의 몰입도에 크게 기여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리뷰 특성상 아쉬운 점을 많이 쓰기는 했지만, 굉장히 만족하면서 본 영화이고 (효율충인 나로서는 굉장히 드물게) N회차 관람하라고 해도 할 마음이 충분히 있는 영화이다. 

 

'오펜하이머(2023)'이라는 영화에 대한 리뷰는 다음과 같다.

*광복절에 선물과 같이 찾아온 괴짜 감독이 선사하는 괴짜 천재의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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